WORKERS ARCHIVING토정로 워커즈 (HWASOO COFFEE)

GNGR
2021-01-23
조회수 1752



WORKERS ARCHIVING 

GNGR(진저)의 워커즈 아카이빙은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입니다.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진저아이웨어의 안경 WORKERS와 WORKER의 모습을 진저의 시각으로 담아내 꾸며낸 화보가 아닌 자연스러운 글과 사진으로 소개하는 컨텐츠입니다.




TOJEONGRO WORKERS | 토정로 워커즈



02.  BARISTA 화수커피(@hwasoo_coffee)


  

  토정로 진저샵에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무엇일까요? 진저샵 맞은편 하얗게 보이는 건물, 무심하게 메뉴를 써놓은 입간판이 세워져 있으면 아 화수커피 열었구나! 하고 들어가 커피를 마시는 일입니다. 그렇게 세 발자국 앞에 카페가 생긴 이후로 매일같이 드나들며 화수커피의 커피맛에 스며들어 단골이 되었습니다. 



 불 화, 물 수 그리고 커피. 이렇게 심플한 가게 이름이라니, 놀랍게도 사장님의 본명입니다. 화수커피라는 이름답게 깨끗한 물맛까지 강조하는 곳이에요. 매장에 비치한 물도 그냥 차가운 물이 아닌 얼음이 녹은 물로 제공한다는 점도 놀라웠습니다. 사장님은 라떼가 주전공이라 하셨지만 저는 적정한 온도로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사용해 내리는 이 곳의 드립커피를 좋아합니다. 대회 출신의 성골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커피이니 라떼든 아메리카노든 다 믿고 마실 수 있죠. 여기에 동네 이야기, 장사 이야기 몇 마디가 얹어지면 더없이 매력적인 커피가 완성됩니다.



  인스타그램을 보셨던 분들은 어딘가 익숙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화수커피는 얼마 전 스튜디오진저와 함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 진저블렌딩커피를 만들었던 곳입니다. 어느 날 문득 맛과 향을 한꺼번에 가지고 즐기는게 바로 커피인데, 진저랑 연결해볼 수는 없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장님께 "커피로 진저.. 좀 맵고.. 흙 맛.. 가능할까요?" 했는데 바로 "사장님 저 로스팅 레시피 떠올랐어요." 하셨습니다. 단어의 나열을 블렌딩으로 구현해 주셨죠. 



 간편하게 손이 가게 만들고자 처음엔 티백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따뜻한 물에 담가 우려내기만 하면 되니 간단하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진저가 추구하는 맛을 낼 수 있는 중량에 맞추니 티백이 금방 터졌고 좀 덜 넣자니 싱거웠어요. 결국엔 두 번 찢고 천천히 물이 내려가는 시간만큼 기다려야 하지만 그 맛을 표현하기엔 드립백이 최선이라는 결론으로 12g의 드립백을 만들었습니다. 커피도 결국 같더라구요. 의도를 최선으로 구현하는 형태가 있다는 진리는 어디에나 통용되나 봅니다.


함께 만든 GNGR BLENDING COFFEE




  사실 제가 생각하는 이 곳의 매력 포인트는 사장님의 손글씨체 입니다. 높은 퀄리티의 맛에 그렇지 못한 외관이라고 할까요. 예쁘게 쓰겠다는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 이 폰트는 가게 입구와 내부 곳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스타용', '인스타그래머블' 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무심한 글씨체는 도리어 커피의 본질만을 담겠다는 화수커피의 간단 명료한 아이덴티티를 더 강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화수커피에 정갈한 글씨체는 정말 어울리지 않았을 거에요.



  커피를 대할 때 만큼은 진지한 사장님. 자신은 커피가 천직이라며 성실하고 꾸준하게 운영하시는 모습을 보면 나이를 불문하고 많이 배우게 됩니다. 예민하고 섬세하게 발달한 감각을 좋은 커피를 선보이겠다는 목표에 쓰는게 좋아보여요. 커피 머신의 세팅값을 맞추며 오픈을 시작하고, 좋은 퀄리티의 원두를 골라내어 적절히 로스팅하는 것이 카페주인이 하는 당연한 일이지만, 이렇게 하지 않는 곳들도 꽤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매일 성실하지 않으면 카페를 할 수 없다는 사장님의 말이 떠오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다가도 이 곳에 슬금슬금 모여드는 동네 사장님들을 보고 토정로의 탕비실 아니냐며 이름 붙여보기도 했었는데요. 회사다니던 시절 탕비실에서 커피를 타오는게 리프레시가 되는 시간이었던 것 처럼 이 곳에서의 시간도 즐거운 휴식시간으로 만들어주어 늘 고마운 곳입니다. 늘 편안한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사장님께 감사인사를 전하며 글을 마무리 합니다.




사진, 글 STUDIO GNGR (@studiogngr)


with WORKERS Moon BOLD (universe)